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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비의 친구 노트
말로 풀리지 않는 답답함, 이 드라마는 몸부터 움직여요.
2019년 SBS 드라마 · 연출 이명우 · 극본 박재범
코미디와 액션이 섞인 수사극을 찾는 분께 어울려요. 차분한 추리의 호흡을 기대한다면 과장된 유머가 낯설 수 있어요.
화가 나도 웃으며 넘어가야 하는 날이 있죠. ‘열혈사제’의 김해일은 그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에요. 김남길이 맡은 이 사제는 거친 말과 급한 성격을 숨기지 않아요. 그렇다고 분노만 앞세운 사람으로 설명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돼요. 사람과 상황을 읽어내는 판단력이 있고,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으로 일했던 과거도 있거든요. 사제복과 거친 태도 사이의 어긋남이 이 드라마의 첫인상을 만들어요.
이야기를 움직이는 건 이영준 신부의 의문스러운 죽음이에요. 김해일은 자신이 의지했던 사람의 죽음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아요. 사건을 파고드는 수사극의 흐름 위에 코미디와 액션이 얹혀 있죠. 그래서 신부라는 직업만 보고 잔잔한 위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답답한 상황 앞에서 참고 기다리는 사람보다, 먼저 부딪치고야 마는 사람의 이야기에 가까워요.

김해일 옆에 구대영이 붙으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김성균이 연기하는 구대영은 구담경찰서 강력팀 형사지만, 처음부터 능숙하고 믿음직한 해결사로 그려지지는 않아요. 약해 보이기는 싫은데 겁도 많고, 허세를 부리다가 일을 더 꼬이게 만들기도 하는 인물이죠. 곧장 돌진하는 김해일과 맞물리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온도부터 달라요. 이 차이가 둘 사이의 말다툼과 공조를 함께 끌고 가요.
구대영을 웃기기만 하는 형사로 두지 않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해일과 엮이면서 형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흐름이 있으니까요. 함께 움직인다는 건 상대와 똑같아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쪽의 거침없음과 다른 쪽의 망설임이 부딪치면서도 같은 방향을 찾는 과정, 그 불균형이 두 사람을 묶어 두는 힘이에요.

이하늬가 맡은 박경선은 똑똑하고 야심 있는 검사예요. 다만 처음부터 정의로운 편에 서 있는 검사로 소개하면 인물의 갈등이 지워져요. 권력의 흐름을 읽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고르는 사람이거든요. 상황에 끌려다니기보다 자기 말과 태도로 분위기를 장악하려는 성격도 뚜렷해요. 김해일의 분노와 박경선의 계산이 마주칠 때, 이 수사극은 단순히 범인을 잡는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요.
세 사람을 한데 놓으면 각자가 피하고 싶은 질문도 달라 보여요. 김해일에게는 분노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의 문제, 구대영에게는 겁과 허세를 넘어 행동할 수 있는지의 문제, 박경선에게는 누구의 편에서 판단할지의 문제가 있어요. 누가 더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느냐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사건에 묶이는 방식이 궁금해지는 조합이에요.

이 드라마의 유머와 액션은 취향을 나눌 만해요. 만화처럼 크게 표현되는 몸짓이나 과장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진지한 사건과 코미디가 번갈아 나오는 호흡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웃음이 강해질수록 사건의 무게가 잠시 뒤로 밀리는 순간도 생기고요. 현실적인 수사 절차를 촘촘하게 따라가는 작품을 기대한다면 이 차이를 먼저 생각해 두는 편이 좋아요.
반대로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는 관계와 거침없는 행동을 따라가는 쪽이라면 이 장르의 섞임이 매력이 될 수 있어요. 김남길의 날 선 에너지, 김성균의 망설임과 허세, 이하늬의 당당한 태도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장면을 움직이니까요. 웃음이 나오는 이유와 답답함이 생기는 이유를 같은 인물에게서 찾게 된다는 점이 이 조합의 재미예요. 결말의 승패만큼이나 이 사람들이 누구와 손을 잡고 무엇을 포기하는지가 궁금해져요.
자신을 사제의 길로 이끌었던 이영준 신부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기 때문이에요. 과거 요원으로 일했던 능력과 현재 사제로서의 삶이 이 사건을 계기로 함께 드러나요.
사건 수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코미디와 액션의 비중도 큰 작품이에요. 절제된 추리보다 성격이 다른 인물들의 충돌과 과장된 상황을 따라갈 때 작품의 호흡을 받아들이기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