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의 도쿄에는 비가 좀처럼 그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외딴 섬을 떠나 도쿄에 온 호다카에게 이 도시는 낯설고 버거운 곳입니다. 생활은 빠르게 어려워지고, 가까스로 구한 일은 오컬트 잡지의 글을 쓰는 일이죠. 2019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이 소년의 불안한 생활을 젖은 도시 풍경 안에 놓습니다.
그가 만나는 히나는 남동생과 둘이 살아가는 소녀입니다. 히나에게는 기도해 하늘을 맑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끝없이 비가 내리던 도시에서 잠깐 햇빛이 드는 일이 얼마나 특별하게 받아들여질지, 이 설정만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도시와 연결됩니다. 비를 피할 곳을 찾던 소년과 날씨를 바꾸는 소녀. 이 두 사람의 처지를 먼저 살피면 화려한 화면 사이에서 이야기가 붙잡고 있는 불안도 또렷해집니다.

이 작품에서 눈이 가는 건 빛이 닿는 범위입니다. 흐린 하늘 아래의 도시는 멀리까지 이어지고, 구름 사이로 내려온 햇빛은 그중 일부를 골라 비춥니다. 빗물에 젖은 거리와 갑자기 밝아지는 풍경 사이의 차이가 커서, 날씨가 바뀌는 순간이 인물의 감정과 함께 읽힙니다. 푸른 하늘을 보여주는 장면의 시원함도 앞서 쌓인 회색빛 시간과 이어져 있습니다. 밝은 장면만 떼어 볼 때와 이야기 속에서 만날 때의 무게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정교하게 그린 풍경을 인물의 마음에 대한 설명으로 모두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비를 맞아도 호다카와 히나가 떠안고 있는 사정은 다르니까요. 도시는 두 사람의 감정에 맞춰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입니다. 작은 인물과 넓은 풍경을 나란히 놓는 화면은, 둘이 느끼는 절박함과 주변 세계의 크기 사이에 간격을 남깁니다.

하늘을 맑게 할 수 있다는 설정에는 기쁨과 부담이 함께 있습니다.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사람은 많지만, 그 바람이 한 사람의 능력에 기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날씨의 아이’는 히나의 힘을 둘러싼 관계를 통해 누군가의 필요와 한 개인의 삶이 맞물리는 상황을 만듭니다. 호다카와 히나가 서로에게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의 마음과 주변의 바람을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서 인물의 선택을 일찍 정답이나 오답으로 나누면 따라갈 수 있는 감정이 줄어듭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모든 조건을 알고 움직이는 어른이 아닙니다. 당장 눈앞의 생활을 견디고 서로를 붙잡으려는 마음이 먼저 나옵니다. 그 절박함을 이해하는 것과 선택의 결과에 동의하는 것은 다른 일이죠. 이 간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도 꽤 다르게 남을 수 있습니다.
호다카는 다이고 코타로, 히나는 모리 나나가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낯선 도시에 적응해야 하는 호다카의 불안과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히나의 생활감은 두 사람을 이어서 살필 때 더 잘 드러납니다. 인물 이름을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어떤 자리에서 말하고 있는지 들어보면, 화면의 넓은 풍경 속에서도 대화의 온도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화면의 설득력과 인물의 선택에 대한 설득력은 같은 속도로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풍경이 바뀌는 장면에는 곧바로 눈이 가지만, 두 사람이 내리는 판단은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현실의 조건을 세밀하게 따져 가며 이야기를 보는 쪽이라면 감정이 앞서 달리는 대목에서 거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장면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인물의 모든 결정에 동의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청소년 인물의 시야에 가까이 머무르면, 당장의 한 사람을 놓치기 싫은 마음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옵니다. ‘날씨의 아이’는 날씨와 도시를 크게 펼쳐 놓으면서도 그 안에서 두 사람이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되묻습니다. 끝난 뒤에도 남을 질문은 하늘이 얼마나 예뻤는가보다, 그 하늘 아래에서 인물의 선택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었는가에 가까워 보입니다.
2019년 공개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입니다. 제작사 자료상 본편은 약 113분이며, 원작·각본·감독을 신카이 마코토가 맡았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생활할 길을 찾는 호다카와 날씨를 바꾸는 힘을 지닌 히나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는지 살펴볼 만합니다. 두 사람의 절박함을 이해하는 일과 선택의 결과에 동의하는 일을 나누어 생각하면 감상을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주)블루트리 ㅣ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16길 13-20 2층 ㅣ 대표전화 1688-0818 ㅣ FAX 02-2055-1104 ㅣ 사업자등록번호 220-88-31556 ㅣ 통신판매신고 제2014-서울강남-03409호 ㅣ 특수한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 등록번호 제 3-01-12-0005호 ㅣ 저작권,청소년,정보보호책임자:황선준 대표 ㅣ webmaster@bigfile.co.kr ㅣ ⓒ 2008 BIGFILE.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