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씬의 대단함은 치밀한 계획과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조커의 천재성이 발휘되는 대목입니다.
놀란감독은 <다크나이트>를 슈퍼히어로무비보다는 <대부>,<히트>와 같은 범죄스릴러로서 탄생되길 원했는데
장르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시퀀스입니다. 거기에 헐리웃 초반5분법칙의 모범선례로 기록될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이 장면의 묘미는 바로 범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하나씩 제거한다는 점입니다.
향후 전개될 스토리 대부분 조커의 계략은 이렇습니다.인간의 심리와 치졸함을 이용한다는 점이죠.
또한 마지막 조커의 대사는 니체의 명언을 언어유희로 패러디한 것이라고 합니다.
중요한건 정작 이렇게 과거를 들먹이지만 조커는 영화상에서 단 한번도 직접적인 자기의 과거이야기를 하지않습니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하겠습니다.

멋진 오프닝이 끝난뒤,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비긴즈>이후 배트맨은 고담시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습니다.
범죄자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언론과 경찰은 연일 그를 화제대상으로 삼고있습니다.
[잠깐 스쳐가는 배트맨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링컨,설인(?)으로 주목하는 장면도
웃음과 동시에 배트맨의 존재에 대한 대단함을 느끼게 하죠]
그러면서 <비긴즈>에서 도망갔던 악당"허수아비"가 재등장하고 배트맨은 그들을 일망타진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배트맨을 동경하는 열혈청년들이 오히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데,결국 허수아비 잡느라,이들 뒤치덕거리 하느라 배트맨은 바쁩니다. 그러다 다 해결될때쯤,

"당신과 내가 뭐 그리 다른데?!"- 이 대사는 향후 조커와 배트맨의 관계를 암시하죠. 선과악이라는것이 극단적으로 보이겠지만 그 이면은 종이한장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조커가 배트맨을 원하면서 자기를 완전하게 만든다는 나중 대사랑 겹쳐집니다. 또한 이 대사는 아직까지 배트맨이 진정한 수호자로서의 역할보다는 고담시티에서 사건을 해결해 준 이벤트성 캐릭터에 불과하다는 의미도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비긴즈>가 배트맨의 탄생정도의 이야기를 그렸냈다면 <다크나이트>는 이 대사로부터 출발해 배트맨의 진정한 존재가치를 이야기할 것을 예고합니다.현재까지는 고담시민들에게 인기스타정도인 배트맨,그러나 영화후반부에 들어서 진정한 고담시의 다크나이트로의 존재. 이 대사에 큰 의미를 두고 영화를 끝까지 지켜보신다면 마지막 다크나이트라는 제목의 감동이 배로 전달될 것입니다.

<다크나이트>의 한 축인 하비덴트의 등장시퀀스입니다. "확률은 항상 나의 편이다"라는 투페이스 되기전까지는 정의로 가득찬 고담시의 화이트나이트죠.그 확률은 나의편이라는것도 나중 보면 동전두개를 합쳐서 언제나 앞면이 나오도록 만든 올바른 신념을 믿는 투철한 검사입니다. 놀란 감독은 여기에서 그 의미를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와 접목시킵니다.그래서 그는 전형적인 미국영웅주의를 상징하며, 영화가 진행되면서 하비덴트가 그의 모든것을 잃고 신념을 버릴때의 충격과 공포를 9.11이후 미국의 분위기를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놀란감독이 애론 애크하트를 캐스팅한 이유도 외모가 가장 보편적인 미국인 이미지를 가지고있었기때문이라는 군요.

작품이야기로 넘어와서, 배트맨-조커-하비덴트로 이어진 캐릭터의 삼각관계는 서로에게 많은영향을 끼칩니다. 절대악으로 대변되는 조커는 절대선의 하비덴트에게 끝없는 절망으로 가소로운 정의따위는 혼돈의 세상에 쉽게 무너질수있다는 것을 증명하려합니다. 대신 배트맨은 하비와 같은 신념을 추구하지만 그와 다르게 전면에 나설수없는 한계속에 그가 자신을 대신할 고담의 수호자가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끝내 절망앞에 무너진 하비덴트를 대신하고 그가 바라던 신념의 무게감까지 더해 묵묵히 어둠속을 달리는 수호자, 다크나이트로 탄생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여러가지로 이어진 이 세 캐릭터의 연결고리와 가치관의 대립이 <다크나이트>의 진정한 핵심이라고 볼 수있습니다.

자신을 대신할 고담의 구원자로 하비덴트를 살펴 본 브루스웨인은 그와 직접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듣습니다.그러면서 배트맨에 대한 그의 생각를 들으면서 그가 진정 고담시의 화이트나이트,배트맨의 대체자라는것을 확신합니다. 배트맨의 약점 "정체를 드러낼수 없다"는 것조차 고담의 수호자로서 하비덴트는 바라봅니다.

이 대사는 향후 하비덴트의 운명과 배트맨의 숙명을 이야기합니다. 하비덴트는 영웅으로 고담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레이첼의 죽음으로 모든것을 잃은 악당 투페이스로 다시 태어납니다.그가 했던 대사 그대로가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 여기까지는 하비덴트의 저 대사가 오직 그의 이야기만 담고있다고 생각하지만, 엔딩즈음에 배트맨이 다시 이 대사를 꺼냅니다. "자기는 어차피 영웅이 아니었고 살아았으니 그래서 그의죄까지 뒤집어쓰며 악당이 되겠다"며 하비가 미처 이루지 못했던 이상을 이루기 위해 비난과 고통을 감수하는 다크나이트의 숙명을 선택합니다.배트맨은 결국 고담시민들에게 오래 살아남아 악당으로 남지만 그 본질은 영웅이었던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장치죠.

본격적인 조커 등장씬입니다. 등장부터 연필을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주겠다면 그를 위협하는 갱의 머리를 찍는 재치는 코믹함을 넘어 대단하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이영화에서 조커는 자기는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난 그저 차를 쫒는 개와같다") 하지만 세 캐릭터중 가장 비상한 머리를 보여주죠. 배트맨에 비해 힘은 약하지만 영화내내 배트맨을 괴롭히고, 하비덴트를 굴복시키게 만들죠. 단순해보이지만 가장 복잡한 캐릭터성을 가지고있습니다.

위 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배트맨 죽이는거? 간단하죠.하지만 갱단들 다 비웃습니다.그게 간단하지 않다는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조커는 결국 배트맨을 극한까지 몰고가는 천재성을 발휘합니다.하비덴트가 투페이스라면, 조커는 투브레인이죠. 미친놈이거나 천재거나....

문제는 이 과거가 매번 이야기할때마다 다릅니다. 처음에는 살인마 아버지때문이라고 하고,레이첼을 위협할때는 사랑했던 아내때문이라고 하고, 마지막에 배트맨과의 결투에서도 자기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자,오프닝과 연결해보죠.그는 "죽을만큼의 시련은 ...."이라는 대사로 자신의 이런 미치광이 행동의 당위성을 입증하려고 합니다만, 이중 어느것 하나 진실이 아닙니다. 그는 과거를 탓하고있지만 결론적으로 그것때문에 자신이 변한 것은 아니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더 심오하게 나가자면,인간들은 자신의 악한 행위를 늘 과거와 다른 이유로 변명하지만 그것은 핑계일뿐, 인간본질 자체가 타락할 수있고 폭력과 공포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시키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행하는 범죄의 목적이 돈이나 고담정복이 아닌 오로지 모든 인간을 타락시켜 세상을 혼돈으로 몰아넣고싶을뿐이죠. 어떻게보면 조커의 "악"은 영화에서 가장 순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떠한 이유나 목적이나 계산없는 그 자체로 "악"한.

놀란감독도 조커의 캐릭터성에 이 점을 염두했습니다. 그에게 사연을 주어서 관객이 동정할 거리를 아예 차단하고 진정한 무서움과 극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었기때문이죠.그래서 원작과 다른 모습으로 조커를 만들었고,히스레저의 광기어린 연기를 통해 다크나이트만의 조커를 완성했습니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히스레저가 조커를 연기하고 한동안 그 캐릭터에 벗어나지 못했던것이 이런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놀란이 만든 캐릭터성에 히스레저의 연기가 더해진 영화역사상 최"악"의 캐릭터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이런 악당을 이길 수없습니다. 어떤 회유책도 통하지 않으니깐요. 절대악을 맞서기 위해서는 오직 절대선이 되어야합니다. 과연 배트맨과 하비덴트는 가능할까요?

영화관에서 보고 감짝놀랬던 장면[IMAX로 봤을때 완전 고막 터지는 줄알았습니다T.T]배트맨이 정체를 드러낼 수없다는 약점을 이용,고담시를 공포로 몰아넣고 그 책임은 오히려 배트맨에게 있다는 조커의 계략입니다.처음에는 미미하지만 점차 조커의 공포는 확산되고 결국 나중에 조커의 협박에 고담시는 배트맨의 희생을 원하게 되는 군중의 이기심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고담시의 이중적인 태도가 나중 조커의 명대사 "어차피 쓸모없어지면 너도 버려질 것이다"와 연결됩니다.

저는 왠지 이 시퀀스가 브루스에게는 쓸쓸하면서도 <다크나이트>에서 유일하게 아귀가 안 맞는 장면같습니다.[그런데 명장면-명대사로 선정한거?-아,물론영화에서 중요한 장면이긴하죠^^] <비긴즈> 마지막 장면에 레이첼은 브루스의 마음을 허락하지 않습니다.이유는 자기가 알고있던 브루스는 찾아볼수가없다는거죠. 그러면서 고담시에 더이상 배트맨이 필요하지 않는날이 되면 그 순수했던 브루스가 다시 돌아올거라는 여운을 남깁니다. 근데 왜 갑자기 레이첼은 하비덴트한테 빠져서, 그가 배트맨을 대신해도 브루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지, 어째보면 연인하게 차인 브루스웨인의 불쌍한면도 느껴집니다. 고담시 지켜봤자,사랑하는 여인 반쯤 마음 떠나갔고.[ㅋㅋㅋ]

농담은 이정도로하고, 일단 이 장면은 브루스가 진정으로 고담의 평화를 지킬 화이트나이트를 원하고 하비덴트를 인정하고있습니다. 특히 마스크를 쓰지않았다는 의미를 강조하죠.배트맨이 비록 고담의 정의를 지키고있지만 정체를 드러낼수없어 무법자의 오명을 쓰고있죠. 그래서 <다크나이트>에서 섣불리 배트맨을 절대선,영웅이라고 말할수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그렇기에 당당히 나설수있는 하비덴트야말로 진정한 고담의 영웅이 될 자격이 있다고 배트맨조차 인정합니다. 또한 이 장면은 그만큼 브루스가 레이첼을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의무까지도 하비에게 양보할 수있다는 애절함도 느낍니다.특히 이 장면으로 시작한 나중 레이첼을 구하러가는 배트맨의 모습은 그 비극을 알기에 더욱더 가슴이 아픕니다.

조커의 습격이후 브루스웨인은 고민합니다. 그러자 집사 알프레드가 의미있는 대사를 말하죠 "선을 넘었습니다."-정의를 지키기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배트맨의 활약이 이제 그 부작용을 일으키고있는것입니다. 선과악의 적절한 조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이 대사는 배트맨의 정체성에 다시한번 모호한 질문을 남깁니다.어느 선까지 배트맨은 활약하고 고담을 위헤 나서야하는지. 이 장면까지는 아직 배트맨은 <비긴즈>에서의 대활약으로 고담의 이벤트성 아이콘히어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 껍데기를 버리고 고담의 진정한 가디언으로서는 아직 브루스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진정한 절대선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이후 버마에서 있었던 산적이야기를 하죠.아시다시피 이 이야기는 조커에 대한 은유이며,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카오스[혼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배트맨이 아직 정의의 근원적 의미를 알아채지못하고 고민하는동안 조커는 세계정복,돈따위가 아닌 진정 이 세상을 파멸과 무질서로 만들어려는 순수 악이라는 것을 대비합니다. 이런 절대악에 아직 확고한 자신의 존재를 찾지 못한 배트맨이 대항할 수있을까라는 회의적 시선이 가득한 장면입니다. 마지막 비디오속 조커의 클로즈업이 배트맨의 고민을 더욱더 깊어가게 만듭니다.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리고 여담으로 <비긴즈>에서의 집사알프레드와 브루스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같았죠.브루스가 방황하고 있을때 "절 포기하지않으셨나요?"라는 질문에 알프레드는 "절대그럴일없다"며 유사아버지역할이었습니다.그러나 <다크나이트>에서는 마치 동료,친구를 대하는 느낌이 많습니다. 그런점이 전작과 조금 달랐습니다.

딱히 의미있는 씬은 아니지만 <다크나이트>에서 멋진 이미지로 다가온 장면입니다.마치 <베를린 천사의 시>포스터를 보는것 같군요. 고담을 밑에서 내려보는 수호자 배트맨의 고뇌가 이 한 컷으로 충분한 것같네요. 그리고 좀 확대해석을 하자면 이 장면이야말로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묵묵한 수호자,우리 지켜보는 보호자" 엔딩의 그 대사와 어울리는 장면입니다.

조커의 생얼이 나오는 장면이죠. 그냥 이 장면은 처음영화볼때까지도 긴가민가했던 놀란감독의 조커설정에 "아하!"하고 알아챘던 장면. 즉,조커는 원작처럼 "과거[사고]"로 인한 "광대"가 아닌 태어날때부터 순수한 "악"이었다는 사실입니다.[그래도 은근 멋지네요.히스레저를 좀 알아본만한 장면입니다.글고보면 히스레저의 조커연기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쉽지않은 캐릭터에,자신의 얼굴을 영화내내 화장으로 가리고, 잭니콜슨이라는 거성이 이미 지어놓은 조커라는 똑같은 캐릭터에 도전한다는 것. 잘해봐야 본전일수밖에 없는 캐릭터지만 그는 모든걸 던졌고, 그의 연기인생에 앞으로 어떤 배우나 캐릭터도 감히 근접할 수없는 성역을 남기고 떠났네요.]

조커의 테러에 고담시는 아수라장이 되고 고든은 죽었습니다.[훼이크였지만ㅋ] 정의를 위해 달려간 하비덴트도 더이상 이 혼돈을 참을 수 없어서 분노를 폭발합니다. 조커부하를 데려가 그를 협박해 모든걸 말하라고하죠. 경찰은 범죄자를 쏠 수없다는 약점을 이용, 끝까지 입을 다무는 부하에게 하비덴트는 "그렇다면 동전으로 니 운명을 결정짓는다"며 동전던지기를 제안하죠. 이성을 잃은 하비덴트는 계속 그를 협박하다가 마지막 배트맨이 나타나 그를 진정시킵니다.그러면서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고 말합니다. 이때 하비덴트가 굴복하지 마라며 외치지만 어딘가 불안정한 모습.

일단 배트맨이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는 것은 조커의 협박에 굴복한다는 점과,더이상 자기때문에 고통받는 고담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비덴트 입장에서는 자신의 롤모델로 생각했던 배트맨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는 뜻이기도합니다. 또한 고담의 두 기사들,배트맨-하비덴트조차 조커에 대해 이렇다할 반격을 하지못하는 선의 무력함을 상징하기도 하죠. 또한 살짝 비춰지는 하비덴트의 분노는 향후 투페이스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도 고담에서 가장 깨끗하지만 인간내면에 숨어있는 불안감과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무너질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일뿐이라는 거죠. 어차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니깐요.우리모두 선과악이라는 이미지메이킹에만 집착했을 뿐.

이 장면은 <다크나이트>전반부 엔딩같다고 할까요? 여러모로 나중 엔딩씬의 전초적인 느낌이 많이 듭니다.대사내용이나 특히 하비덴트가 말했던 대사들이 엔딩에서 다시 인용됩니다. "지금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나중에 고담은 배트맨에게 사죄해야 할것이다"같은 내용말이죠. 명대사라고 적었지만 어느 슈퍼히어로[?]무비에서나 흔히 나오는 인용구이긴 하죠.하지만 조커의 광기앞에 공포감으로 무엇이 옳은지를 제대로 볼 수없는 고담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기도합니다. 그리고 하비덴트가 한마디 더하죠 "결국 언젠가 어둠은 사라집니다"

<다크나이트>는 "정의"라는 가치에 그 어떤영화보다 어렵고 심도깊은 질문을 계속하고있습니다.그저 선의지만 있다고 히어로의 활약을 세상이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는 한계점도 지적하고있습니다.영화봐도 그렇잖아요? 시종일관 조커에게 유린당하는 그들을 보면서 고담의 정의를 계속 지켜야한다는게 의문스럽습니다.그러나 하비-고든-배트맨은 끝까지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지키려고합니다. 정의를 지킨다는 것이 가장 안쓰러워보이면서도 그 가치가 어떤영화보다 진심 어리게 다가오는 것도 <다크나이트>뿐입니다.

<다크나이트> 하이라이트 액션씬이죠.놀란감독이 IMAX필름으로 제작했다고 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기도합니다.저는 이 액션씬에서 가장 의아했던 점은 배경음이 나오지 않는다는거죠. <다크나이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든장면에 각 테마별 배경음악이 있습니다만,이 추격씬에는 정말 사실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기위해 영상외적 장치는 극도로 제한했습니다. 이것은 놀란표 배트맨이 추구하는 리얼리즘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있습니다. 놀란감독은 늘 인터뷰에서 배트맨 시리즈를 허무맹랑한 슈퍼히어로 활약상정도로 그리고싶지않다.현실에서도 일어날 수있고 클래식 범죄스릴러 장르를 추구한다고 누차 강조했는데 오프닝에서부터 그 분야 걸작이라고 할 수있는<히트>를 의식했고, 이번 도심추격씬 역시 그런 점을 최대한 살리기위해 배경음을 자제하고 추격씬을 펼쳤습니다.

근데 이런 저의 지루한 설명보다, 확실히 이 장면의 임팩트는 대단하죠. 조커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장면이기도합니다. 하비덴트를 끌고가는 루트를 미리 계산해 차단해놓고 함정을 곳곳에 숨겨놓아 일순간 고담시의 공권력을 정지시키죠. 또한 조커는 하비를 쫒고,배트맨은 조커를 쫒는 씬을 교차편집해서 더욱더 긴장감을 높이게 합니다. 특히 헬기를 잡는 장면은 기막힌데,중요한건 나중 배트맨이 똑같은 방법으로 조커의 트럭을 전복시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가장 선과악의 대립 극점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컨테이너 뒤집히고 충격을 받은 조커가 거리로 뛰쳐나와 자기에게 돌진하는 배트맨에게 "잡아봐!잡아봐!"도발하며 오히려 다가가죠. 이때 두가지 이상한점이 발견됩니다.

사실 이 장면은 히스레저의 에드립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굉장히 느낌이 좋아 이 장면을 살렸다고 합니다. 제가 봤을때도,시나리오 대로 조커의 미소정도라면 다음에 다가올 비극이 잘 드러나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조커의 박수가 다가올 그의 검은 계획앞에 아무것도 모른채 축하를 하는 고담 경찰들에 대한 조롱이 잘 드러납니다.

드뎌<다크나이트>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들게하는 조커VS배트맨 취조씬입니다. 이 장면은 시퀀스 자체의 임팩트도 대단하지만, 정말 히스레저가 왜 조커 자신일수밖에 없는지를 최고의 연기로 증면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드뎌 붙잡은 조커,그러나 동시에 사라진 하비덴트.그 비밀을 알고있는 조커에게 진실을 듣기위해 배트맨을 부릅니다. 초반부터 머리에 쿵~,그러나 이후 조커 대사가 더 죽여주죠 "때릴때 머리부터하지마,멍해지면 고통을 못느끼니깐".

사실 고담시의 경찰은 이중적입니다. 배트맨을 무법자로 지명수배하지만 껄끄러운일은 항상 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런와중에 배트맨은 과연 무엇을 위해 희생하는가? 자신의 신념? 조커는 다시한번 조롱합니다. 그런 가잖은 정의타령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얼마안가 무너진다.인간자체의 본성은 악하고 치졸한 생존본능에 집착할뿐이다, 배트맨은 무력으로 계속 조커를 협박하지만 오히려 조커의 설득력은 더욱 커져갑니다. 아마 이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 할 것입니다. 슈퍼히어로무비-단순 정의용사 활약상정도로 생각하고 극장문에 들어섰지만 <다크나이트>는 그 이상의 생각을 요구합니다. 과연 정의는 뭘까?그리고 그 정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리고 본질적으로 인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의로울 수있는가?라는 수많은 질문을 하게됩니다.

또한 이때 조커는 배트맨의 폭력을 조롱합니다. 조커는 정의의 새디즘을 즐기며,악의 마조히즘을 행합니다. 이런 그에게 "미친,괴물"이라고 말하는데, 영화를 잘보시면 알겠지만 조커는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있다가 가끔 흔들릴때가 있습니다.그때가 언제인줄아시나요? 바로 자기를 "변종,괴물,미친놈"이라고 부를때죠.그럴때마다 항상 나는 미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즉 조커는 인간의 본성은 결국 나와같다.모두가 아닌척, 같잖은 정의감에 놀아날뿐이지.그렇다면 내가 고담을 극한으로 몰고가 당신들의 거짓을 발가벗게 만들어주겠다며 카오스를 추구합니다. 이 취조씬에서도 전체적으로 배트맨이 조커를 위협하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고 조롱당하는건 배트맨입니다.조커가 진정 무서운 것은 살인과 범죄때문이 아닙니다.어쩌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조차 나는 아닐것이라고 믿고있는 선의 가치의 불확실한 믿음을 제대로 꼬집기때문입니다.

또다시 조커의 계략앞에 결국 배트맨은 레이첼을 잃게 됩니다. 하비덴트는 이 사건으로 얼굴에 큰 화상을 당합니다. 마지막까지 믿었던 고담의 희망이 일순간에 무너진 것입니다. 이때 레이첼이 죽었던 곳에 멍하니 바라보는 배트맨이 무척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다크나이트>에서는 슈퍼히어로가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갑니다.그들도 완벽할 수없고,그들도 슬픔을 가지고,좌절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그런것을 인내하고 마지막 모든것을 희생하는 다크나이트로서의 결심이 나중 큰 감동을 자아내게 만들죠.

조커가 갱들의 돈을 태우면서 하는 대사죠. 이때도 "괴물에게 충성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스팀올라가는 표정잠깐 짓죠. 어째든 이 장면-대사는 알프레도가 했던말을 상기시킵니다. "세상자체를 혼돈으로 만들고싶은 사람에게 돈은 아무의미가 없다"며 버마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죠.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잡아냤고 할때 "산에 불질렀다"고 하는데 조커역시 모든 악당이 혹할수있는 거액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태우고 맙니다. 오히려 돈에 탐하는 악당은 필요없다면 악당의 각성을 요구할정도입니다.즉 어차피 모든이들은 악마이고,그 본성에 돈이라는 목적을 집어넣으려는 변명은 필요없다는 거죠.

조커가 하비에게 다가가 그를 투페이스로 만드는 씬입니다. 이 장면역시 조커의 가치관과 사회관을 그대로 드러나죠. 이 모든 세상의 잘못과 불행은 계획이라고.즉 계획이라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의 본능을 감추고 연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결과가 뭐냐? 하비,당신의 얼굴은 그렇게 되고,레이첼은 죽었고. 세상은 다시 혼돈으로 되돌아간다. 모든게 계획대로 되면 세상은 두렵지 않지만, 그 계획이 틀어질때 사람들은 겁을 먹게되고,혼돈자체가 공포가 되는거라고 말이죠.그러면서 하비에게 제의를 합니다. 즉,너의 본능을 억제하고있는 그런 계획에서 벗어나 혼돈의 사도가 되라고. 모든것을 잃은 하비덴트는 그것을 수락하고 투페이스가 됩니다. 절대선에서 절대악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닮은 투페이스 하비가.

영화초반에 브루스는 "괴물을 잡기위해 내가 괴물을 될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조커의 광기를 도저히 막을수 없자, 결국 브루스는 최후의 수단을 씁니다. 그의 정의를 위해 그 스스로 악이 되기로. 예전에 <다크나이트>리뷰를 적을때 배트맨을 절대선으로 이야기하자 어떤분께서 이 장면의 예를 들며 배트맨은 결코 절대선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어째보면 조커를 잡기위해 필요악일수 밖에 없지만 이 장면을 놓고본다면 결국 배트맨역시 선과악의 아슬한 경계선에 한쪽으로 무너질경우 그 역시 조커가 될 수있다는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괴물을 잡기위해 결국 괴물이 된 배트맨.자기의 신념을 버리면서까지 지키고싶었던 고담의 평화. 그가 결코 백색의 기사가 될 수없는 한계이자, 어둠의 이면속에 정의를 지키는 그의 진심을 고담은 이해할 수있을런지. 배트맨 자체가 고담에게는 정의롭고,비윤리적이고,위험하다는 의미를 이 장면의 대사를 통해 유추해볼수있습니다.

단 한 장면 출연으로 <다크나이트>에서 가장 멋진 사나이가 된 이름모를 죄수.[어떤분 블로그 가보니 이 흑인도 원작의 누구라고 하는데 자세히 조사해보겠습니다.] 조커는 항상 인간의 치졸한 생존본능과 이기심을 건드리며 고담을 위협하고있습니다.[어째보면 직쏘같아요.사실 <쏘우>의 모든 퍼즐들은 직쏘가 시키는데로 있었다면 살수있었지만 두려움과 불신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넣죠] 그러면서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기에 자멸할 것이라고 하죠.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달랐습니다. "죽기싫으면서도 죽이지도 못하는"대사는 치졸한 생존본능을 이야기하면서도 차마 어찌하지못하는 일말의 양심을 보여줍니다. 이 죄수가 나중 폭탄뇌관을 바다에 던지는 것은 다른이를 죽이면서까지 자기생존을 위해 "괴물"이 되고싶지않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가치를 이야기합니다.그런데 그것을 행하는 이가 인간이하의 존재로 평가받는 죄수들이 한다는 아이러니가 더욱더 메시지를 돋보이게 합니다.어째든 이 ,영화 본 모두가 <다크나이트>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로 평가받더군요. 과연 3탄에서 등장할런지.

놀란감독은 <다크나이트>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하비덴트,투페이스라고 합니다.배트맨을 꿈꾸었지만 모든것을 잃고 결국 광기의 조커로 타락할 수밖에 없는, 어째보면 우리 인간의 본래적-이중적 모습이라고.

그래서일까요? 놀란감독은 하비에게 여지를 남깁니다. 마지막 던진 동전의 결과,배트맨이 중간에 방해했지만 그가 잿더미에 물드지 않은 앞면이 나옵니다. 이것은 조커가 말하는 성악설과 반대됩니다. 오히려 인간은 태초에 선했지만 어찌할 수없는 사정으로 악할수밖에 없다는 거죠.하비의 죽음은 그런것을 의미합니다.

드뎌 이 긴 글의 마지막입니다. 작년 여름 우리를 감동으로 몰아넣었던 그 장면! 그리고 왜 <배트맨>이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파워를 포기하면서까지 놀란은 모호한 <다크나이트>를 제목으로 정했을까의 해답! 그리고 모든 비난과 원망을 감수하고 희생하며 고담의 메시아로,영웅을 아닌,아니 영웅을 뛰어 넘은 배트맨의 진정한 탄생,바로 그 장면입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다크나이트>의 모든 명대사-명장면이 축약되어있기때문입니다.